싱크대 옆의 파란 머그컵
아침 편지를 쓰고 남겨둔 머그컵을 씻는 작은 저녁 습관이 하루의 끝을 표시하는 방법이 되었어요.
오늘 아침, 머그컵을 싱크대 옆에 두고 나왔어요.
손잡이가 조금 깨져 있는 파란 머그컵이에요. 커피가 딱 적당히 들어가서 대부분의 날 이 컵을 써요. 너무 많지도 않고, 편지를 다 쓰기 전에 한 잔을 더 내려야 할 만큼 적지도 않아요.
커피를 내리고, 공책을 펼치고, 아침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편지를 반쯤 썼을 때 시간을 봤어요. 아직 편지를 몇 통 더 써야 했고, 답장할 메시지도 하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침 식사를 하려던 시간이 어느새 점심때가 되어 있었어요.
머그컵은 그대로 싱크대 옆에 남아 있었어요.
몇 번이나 씻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때마다 한 가지만 더 하고 씻자고 했어요. 문단 하나만 더 쓰고요. 답장 하나만 더 보내고요. 책상 위에 펼쳐둔 메모를 한 번만 더 보고요.
저녁이 되었는데도 머그컵은 그대로였어요. 바닥에는 커피 자국이 얇게 남아 있었어요.
대단한 문제는 아니에요. 그냥 머그컵 하나예요. 그런데 어떤 날에는 이렇게 작은 일이 계속 마음에 남아요. 저녁을 데우면서도 보이고, 깨끗한 컵을 꺼내려 할 때도 생각나요. 부엌 불을 끌 때 다시 눈에 들어오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은 간단한 일을 하나 해보려고 해요. 잠들기 전에 그날 남겨둔 것 하나를 씻는 거예요.
부엌 전체를 치우는 건 아니에요. 컵과 접시를 전부 씻는 것도 아니고요. 딱 하나만 씻어요.
어떤 날은 파란 머그컵이고, 어떤 날은 작은 그릇이나 달걀을 부친 프라이팬이에요. 이 습관의 목표는 하루아침에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에요. 그릇 하나를 씻는다고 해서 제가 특별히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하루를 멈출 자리를 하나 만들어줘요.
오늘 밤에는 따뜻한 물에 머그컵을 헹궜어요. 커피 자국은 쉽게 지워졌어요. 물기를 닦고 선반에 다시 올려뒀어요. 손잡이는 바깥쪽을 향하게 했고요.
1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저는 하루를 제대로 끝내려면 뭔가를 다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오래 지냈어요. 할 일을 전부 끝내고, 메시지도 모두 확인하고, 떠오른 생각도 다 적은 뒤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마음으로 잠들어야 한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그런 날은 거의 오지 않아요. 끝내지 못한 일은 늘 조금씩 남아 있어요.
이 작은 습관을 하면서,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엉망인 건 아니라는 걸 떠올리게 돼요. 그중 하나를 골라서 처리할 수는 있어요. 그리고 나머지는 아침까지 기다리게 둘 수 있어요.
오늘 아침 편지를 쓰면서, 우리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작은 신호를 얼마나 쉽게 지나치는지 생각했어요. 하루를 잘 보냈다고 믿으려면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때로는 조용한 선반 위에 깨끗한 머그컵 하나가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잘 끝난 거예요.
내일 아침에도 아마 이 컵을 다시 쓸 거예요. 바로 씻어두는 걸 기억할 수도 있고요. 그러지 못해도 괜찮아요. 저녁이 되면 머그컵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요. 그때 그것부터 시작하면 돼요.